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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도 몇 년 전까지는 수산물에 계절이 있다는 걸 크게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0월에 경남 쪽 시장에서 우연히 돌돔을 처음 먹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같은 어종인데 이렇게 맛 차이가 날 수 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이 글에서는 10월에 실제로 먹어볼 만한 제철 수산물을 팩트 중심으로 정리하고, 제가 직접 겪은 구입·조리 경험도 함께 담았습니다.

돌돔·전갱이·갑오징어 — 10월이 절정인 이유
수산물에는 '비육기(肥肉期)'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류가 월동을 앞두고 체내에 지방을 집중적으로 축적하는 시기를 뜻합니다. 이 비육기가 정점에 달하는 때가 바로 10월이고, 그래서 이 시기의 생선은 같은 어종이어도 봄철과 비교하면 지방 함량이나 살의 탄력이 눈에 띄게 다릅니다.
돌돔이 대표적입니다. 돌돔은 6~8월 여름이 조획량이 많아 여름 생선으로 아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 미식가들이 손꼽는 시기는 따로 있습니다. 추석 전후부터 12월까지, 통영·여수·삼천포 일대 자연산 돌돔이 살집을 가장 두껍게 불리는 때입니다. 이때 자연산 돌돔은 산지 경매가 기준으로도 1kg당 8만~9만 원 선을 형성하고, 소비자 가격은 그 두 배를 넘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1kg 이상의 개체를 골라야 그 서걱거리는 식감과 묵직한 고소함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1kg 미만 소형 개체는 솔직히 그 값어치를 못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흑바리(여수에서는 '능성어'라고 부릅니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흑바리는 자바리와 함께 고급 횟감의 대명사로 꼽히는데, 9월부터 11월 초중순 사이가 몸통 둘레가 가장 두꺼워지는 시기입니다. 길이 대비 무게가 훨씬 나오고, 숙성 시 단맛과 탄력이 극대화됩니다. 숙성 횟감이란 활어를 일정 온도에서 일정 시간 놓아두어 근육의 긴장을 풀고 감칠맛 성분(이노신산)을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흑바리는 이 숙성이 특히 잘 맞는 어종입니다. 반나절 정도 제대로 숙성한 흑바리 회는 활어 그대로보다 확실히 차지고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전갱이는 서울·수도권에서는 대형마트에서도 1만 원 안팎으로 구입 가능한 편이지만, 40cm를 넘는 대형 전갱이는 포항·부산 쪽 횟집이나 제주도에 가야 맛볼 수 있습니다. 10월은 전갱이의 지방 함량이 정점에 오르는 달로, 고등어 자반처럼 소금을 뿌려 구우면 기름이 자작하게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집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갑오징어와 쭈꾸미는 봄철 산란기에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그 시기를 그렇게 좋게 보지 않습니다. 산란기(3~5월)에는 개체가 커서 양적으로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회로 먹으면 살이 퍼석하고 오징어 특유의 단맛이 약해집니다. 반면 지금 10월은 봄에 태어난 개체가 성장기를 지나며 살이 탄탄해진 시기입니다. 충청남도 보령·안면도 일대나 여수 인근 시장에 가면 갑오징어 자연산을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 돌돔 — 자연산 1kg 이상, 10~12월 비육기 절정. 통영·여수·삼천포 산지 기준
- 흑바리(능성어) — 9월~11월 초중순. 반나절 숙성 후 회로 가장 맛있음
- 전갱이(각재기) — 40cm 이상 대형이 핵심. 소금구이·회 모두 가능
- 갑오징어·쭈꾸미 — 봄철 산란기보다 가을 성장기(10월)가 살 탄탄하고 단맛 강함
- 정어리 — 10~2월, 노량진 수산시장 새벽 3~6시에 간간이 입하. 초밥·구이 모두 OK
낙지·갈치·홍게 — 경험에서 나온 구입·조리 포인트
제가 수산물 구입을 자주 다니다 보니 한 가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어종의 산지를 모른다면, 원산지 표기부터 먼저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갈치가 좋은 예입니다. 포장된 갈치에 원산지가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으면 수입산으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10월은 금어기 해제 이후 갈치 조획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이고, 제주산 갈치는 포장지나 가격표에 원산지가 명확히 표기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갈치는 10~11월이 국내 연근해 주산기에 해당합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저도 이 시기에 제주산 갈치를 구입해봤는데, 같은 크기라도 살의 두께가 확연히 다릅니다.
낙지는 10월이 연중 제철 중에서도 먹이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입니다. 무안·목포·신안 쪽 서해 연안산 낙지가 지금 한창 살을 찌우고 있는 때입니다. 여기서 고르는 요령이 하나 있습니다. 산낙지로 먹을 때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낫습니다. 작은 낙지일수록 탱탱한 식감과 단맛이 더 살아있고, 씹을 때 저항감이 좋습니다. 큰 것은 낙지 볶음이나 연포탕 용으로 활용하는 편이 맞습니다. 이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큰 낙지로 산낙지 탕탕이를 했다가 질겨서 실망한 적이 있었거든요.
홍게는 조금 설명이 필요한 어종입니다. 대게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건 대부분 수조 상태의 홍게를 맛봤기 때문입니다. 홍게는 서식 수심이 400~1,000m에 달하는 심해어종입니다. 여기서 심해어종이란, 수압이 매우 높은 깊은 바다에 서식하기 때문에 끌어올려지는 순간부터 수압 차이로 인해 체내 상태가 급격히 변하는 어류를 말합니다. 수조에서 오래 있을수록 살이 빠지고 장이 새면서 짜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반면 즉각 냉동 처리된 홍게 찜은 수조 활어 대게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9월부터 지금 시기가 홍게 맛이 오르는 때인 만큼, 냉동 제품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꼼장어(먹장어)는 제철을 크게 타지 않는 어종입니다. 해저면에서 사체를 분해하며 사는 특성상 계절에 따라 산란기나 월동 회유가 없어서 연중 살이 일정하게 차 있습니다. 부산 기장이 대표 산지로 꼽히고, 연탄불 구이나 매콤한 양념 볶음으로 먹는 것이 이 어종의 질긴 식감을 즐기는 데 가장 맞습니다. 굳이 10월에 특별히 챙길 필요는 없지만, 가을에 입맛이 살아나는 시기인 만큼 한 번쯤 먹어보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입니다.
문절망둑은 서울에서는 이름 자체가 낯선 생선입니다. 부산·경남 사투리로 '문저리'라고도 불리는 이 생선은 자연산이 용호시장·화대포 시장·진해 용원시장 같은 경남 권역 재래시장에서 주로 유통됩니다. 막 썰어 초장에 찍어 먹는 회로 먹거나 소주 안주로 그만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수산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경남 쪽 시장 방문 시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산물 안전 정보에 따르면, 생선회 등 날수산물 섭취 시 신선도 확인과 적정 온도 유지가 식중독 예방의 핵심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주 묻는 질문
Q. 10월 돌돔이 맛있다는 이유가 뭔가요?
A. 돌돔은 추석 전후부터 월동을 앞두고 비육기에 접어들며 체내 지방을 급격히 축적합니다. 이 시기 자연산 돌돔은 살집이 두껍고 기름기가 오르면서 회로 먹었을 때 서걱거리는 탄력과 고소함이 가장 진하게 느껴집니다. 1kg 이상의 개체에서 이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Q. 갑오징어는 봄이 제철 아닌가요?
A. 봄철 3~5월은 갑오징어·쭈꾸미의 산란기로 조획량이 많아 시장에 많이 풀리지만, 살의 질 면에서는 가을 성장기(10월)가 낫습니다. 산란기에는 개체가 크더라도 살이 퍼석하고 단맛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맛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10월이 더 좋은 시기라고 봅니다.
Q. 홍게와 대게 중 10월에 어느 쪽이 낫나요?
A. 대게의 본격 제철은 12월부터입니다. 10월은 홍게가 살이 오르는 시기이고, 즉각 냉동 처리된 홍게 찜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을 냅니다. 홍게는 심해어종 특성상 수조 보관 시 살이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냉동 제품이 활어 수조품보다 상태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Q. 낙지 고를 때 왜 작은 게 낫다고 하나요?
A. 산낙지 탕탕이처럼 날것이나 살짝 데쳐 먹을 때는 작은 낙지일수록 씹는 탄력과 단맛이 더 강하게 살아납니다. 큰 낙지는 육질이 상대적으로 질기기 때문에 연포탕이나 낙지볶음처럼 가열 조리 방식에 적합합니다.
Q. 10월 제철 수산물 구입 시 신선도 확인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생선류는 눈이 맑고 아가미가 선홍색인지, 살을 눌렀을 때 탄력이 돌아오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갑각류는 다리가 힘 있게 움직이고 냄새가 깔끔한지 확인합니다. 냄새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살이 흐물거리면 피하는 것이 맞고, 구입 후 가능한 한 빠르게 조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결론
10월 수산물을 정리하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건 딱 하나입니다. 제철이라는 건 '이 시기에 이 어종의 지방과 살이 가장 좋다'는 생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지, 단순한 유행이나 마케팅이 아닙니다. 같은 돌돔, 같은 전갱이도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걸 제가 직접 먹어보면서 실감했습니다.
다만 제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해서 고급 어종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갈치처럼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어종도 10월이 절정 시기입니다. 원산지 표기 확인, 신선도 체크, 구입 후 빠른 조리 —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제철 수산물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경남·전남 쪽 산지 재래시장을 한 번 직접 가보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거기서 먹는 것과 서울에서 먹는 건 확실히 다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