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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손질할 때 뿌리를 툭 잘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가을 쌀쌀한 날, 남아 있던 파뿌리를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차를 끓여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은은하고, 생각보다 몸이 편안해졌습니다.

파뿌리 손질법 — 이걸 먼저 알았더라면
제가 처음 파뿌리차를 끓였을 때 가장 당황했던 부분은 손질이었습니다. 흙이 뿌리 사이사이에 깊숙이 끼어 있어서 한두 번 헹군 것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됐습니다. 결국 흐르는 물에 뿌리를 펼쳐가며 손가락으로 꼼꼼히 문질러 씻는 방법을 쓰게 됐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파뿌리는 대파를 다듬을 때 겉껍질째 잘라 버리는 부분입니다. 버려지는 양이 대파 전체의 약 10%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날린 셈이죠. 손질한 뿌리는 깨끗한 용기에 모아 냉동 보관하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어서, 한번 습관을 들이고 나니 크게 번거롭지 않았습니다.
차를 만들 때는 물 1리터에 생강 3쪽, 대추 2쪽을 먼저 넣고 30분 이상 우려낸 다음, 파뿌리와 대파의 흰 부분(총백)을 넣어 5분 안팎으로 짧게 끓이는 방식을 씁니다. 총백이란 대파에서 뿌리 위로 이어지는 흰 줄기 부분을 말하는데, 파 특유의 매운 향기 성분이 가장 진하게 모여 있는 곳입니다. 파 자체가 방향성(芳香性)이 강한 본초이기 때문에 너무 오래 끓이면 유효 성분이 날아가 버립니다. 2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고, 저는 주로 10분 이내로 마무리합니다.
동의보감이 파를 "채소의 으뜸"이라 부른 이유
파뿌리차를 마시면서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다가, 동의보감에서 파를 채소 중의 으뜸으로 꼽는다는 기록을 접했습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싶었는데, 파의 성질을 설명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 맥락이 이해가 됐습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파는 위와 아래의 양기(陽氣)를 소통시키고, 몸에 침입한 나쁜 기운인 풍한(風寒)을 발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풍한이란 찬바람이나 한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 상태를 가리키는 한의학 개념으로, 오늘날로 치면 초기 감기나 오한 증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뿌리는 이 중에서 특히 총근(蔥根)이라 하여 두통을 없애고 땀을 유도하는 용도로 쓰였고, 총백은 인후통이나 추위로 인한 발열 증상에 활용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한의학연구원).
파는 뿌리만 쓰는 게 아닙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파의 모든 부위가 쓰임새를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흰 줄기(총백), 파란 잎, 뿌리(총근), 심지어 파꽃까지 각각 다른 용도로 기록되어 있는데, 파란 잎은 찰과상이나 파상풍 치료에 쓰이고, 파꽃은 명치 아래 통증이나 메스꺼움을 다스리는 데 쓰였다고 합니다. 버릴 게 없는 본초(本草)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내용이 현대 의학적 효능을 보증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파를 단순한 양념 채소가 아니라 하나의 식재료 전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고, 그 뒤부터 파뿌리를 버리는 일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생강·대추를 함께 쓰는 이유 — 맛과 성질 모두 보완한다
처음에는 파뿌리만 끓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강과 대추를 빼고 만들어봤더니 파 냄새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올라와서, 저는 그냥 마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생강과 대추를 먼저 충분히 우려낸 뒤 파뿌리를 넣는 순서를 지키고 있습니다.
생강에는 진저롤(gingerol)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진저롤이란 생강 특유의 매운맛과 향을 내는 페놀 계열 화합물로, 체온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성질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파의 열성(熱性)과 생강의 이 성질이 합쳐지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배가된다는 설명인데, 제가 직접 마셔보니 확실히 목 안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빨리 왔습니다.
대추는 달큰한 맛으로 파의 역한 향을 부드럽게 잡아주면서, 차 전체의 맛을 마시기 편하게 다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대추를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 차이가 제법 납니다. 약재를 오래 다루어온 전통 처방에서도 자극적인 재료 옆에 대추나 감초 같은 완화제(緩和劑)를 짝지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쉽게 말해 날카로운 성질을 둥글게 만들어주는 역할입니다.
파뿌리에는 알리신(allicin)이라는 성분도 풍부합니다. 알리신이란 파나 마늘 등에서 세포가 손상될 때 생성되는 황 함유 화합물로, 항산화 작용과 혈액순환 개선에 관여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특히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 함량이 파의 잎이나 줄기보다 뿌리 쪽에 2배 이상 높다는 점은 제가 파뿌리를 계속 모으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 파뿌리(총근): 알리신, 폴리페놀이 잎·줄기보다 풍부하며 혈액순환에 관여
- 생강: 진저롤 성분으로 체온 유지와 발한 촉진에 도움
- 대추: 단맛으로 파의 자극적인 향을 완화하고 마시기 편하게 조화
섭취 주의사항 — 맹신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파뿌리차를 마신다고 해서 감기가 낫거나 특정 질환이 개선된다고 단정하는 건 제 생각과 다릅니다. 인터넷에는 파뿌리의 효능이 꽤 화려하게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차 한 잔의 효과를 지나치게 크게 기대하기보다는 평소 식단에서 알뜰하게 활용하는 차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점은 체질에 따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파는 성질이 따뜻하고 발산하는 성질이 강한 식재료라서, 평소 몸이 냉하고 쉽게 오한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평소 더위를 많이 타거나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오히려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많이 마시는 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억지로 많이 마실 이유가 없는 차입니다. 몸이 편안하다 싶을 때 한 잔씩 즐기는 방식이 맞습니다.
또한 위장관이 민감한 분이라면 처음에는 진하지 않게 끓여서 반 잔 정도로 시작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파 성분 자체가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상 이유로 약을 복용 중이거나 특정 질환을 관리하고 있다면 민간 차에 의존하기보다 의료 전문가의 판단을 먼저 구하는 게 맞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식품 섭취와 관련한 건강 정보는 공식 기관의 자료를 우선 참고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결국 파뿌리차의 가장 현실적인 가치는 버려지던 식재료를 알뜰하게 쓴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챙길 수 있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위치에 두는 것이 제가 파뿌리차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뿌리차, 매일 마셔도 괜찮나요?
A. 제 경험상 매일 마시기보다는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따뜻한 차가 생각날 때 한 잔씩 마시는 방식이 부담이 없었습니다. 파는 성질이 따뜻하고 발산력이 강한 편이라, 열이 많거나 위장이 예민한 분이라면 매일 마시는 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파뿌리를 끓일 때 얼마나 오래 끓여야 하나요?
A. 파는 방향성이 강한 본초라 너무 오래 끓이면 향기 성분이 날아가 버립니다. 저는 생강·대추를 30분 먼저 우린 뒤 파뿌리를 넣고 5~10분 이내로 마무리합니다. 최대 2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Q. 파뿌리를 씻을 때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흙이 뿌리 사이에 깊이 끼어 있어서 한두 번 헹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흐르는 물에 손가락으로 뿌리를 펼쳐가며 여러 번 문질러 씻는 것이 가장 확실했습니다. 필요하면 겉껍질 일부를 제거하고 끓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Q. 파뿌리차가 감기에 효과가 있나요?
A. 동의보감에서는 파뿌리(총근)를 발한(땀 유도)과 두통 완화에 쓰는 처방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차 한 잔이 감기를 치료하거나 예방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특별한 치료 효과보다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라는 관점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결론
파뿌리차를 처음 끓인 건 순전히 버리기 아깝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만드는 방법도 생각보다 간단하고 마시는 것도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생강과 대추가 파 특유의 강한 향을 잡아주니 은은한 국물 같은 느낌이 났고, 추운 날 외출 후 한 잔 마시면 확실히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효능을 크게 기대하기보다는 대파 뿌리를 버리지 않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활용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이 기본이고, 파뿌리차는 그 옆에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생활 속 차입니다. 다음에 대파를 손질할 때 뿌리를 한번 따로 모아보는 것, 그게 시작입니다.